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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단풍…위봉폭포

물보라물 2009. 9. 18. 12:06

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단풍…위봉폭포


 


위봉폭포 아래 성불골로 드는 비포장 임도길. 산자락을 부드럽게 넘어가는 10km의 이 길은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차를 타고 지나기보다는 작은 배낭 하나 메고 털레털레 걷는 게 더 좋다.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완주 송광사의 아(亞)자 모양 종루.
# 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단풍…위봉폭포

산에 들어서 보는 것보다 오히려 ‘길에서 보는 경치’가 더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 전북 완주의 위봉폭포다. 이 폭포는 동상면 쪽에서 위봉재를 넘는 도로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건너편 산자락에 내걸린 폭포는 마치 병풍을 보는 것과 같다. 폭포를 한쪽으로 두고 다른 쪽의 벼랑의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는 것이, 위봉폭포를 제대로 보는 감상요령이다. 60m의 높이를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바위 벼랑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단풍은 건조해 바스러지는 것보다, 촉촉하게 습기가 어렸을 때 더 아름답다. 붉고 또 노란 단풍에 악센트를 주는 것은 ‘물’이다. 내장산 단풍도 연못의 우화정과 어우러질 때 더 감격스럽고, 백양사도 쌍계루 앞의 연못에 붉은 단풍이 반영되면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설악의 단풍도 흘림골의 맑은 물이 더해질 때 비로소 최고의 경치를 빚어내지 않는가. 위봉폭포의 벼랑에 물든 단풍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단풍은 예년의 것보다 훨씬 더 짙다. 인근 산의 감을 따러 나섰다는 마을 젊은이들이 위봉재를 넘는 국도에 트럭을 세우고 “올해는 단풍이 차~암 좋다”며 이구동성이다. 올해로 13년째 폭포전망대 인근의 도로에서 커피를 팔고 있다는 이경자(54)씨도 “장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홀려 차를 멈춘 외지인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어찌 단풍색이 이리 예쁘냐’는 감탄에서부터 ‘여기 풍경이 설악산보다 훨씬 낫다’는 품평까지 나온다. 이들에게 커피를 건네던 이씨도 “(가장 아름다운 올해 단풍을 볼 수 있으니) 참 운이 좋다”고 말을 받았다.

# 3시간 30분의 행복…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하는 트레킹

‘성불계곡’으로 드는 길이라고 했다. 위봉재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다가 폭포 하류 쪽에서 단풍숲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비포장도로. 산자락 사이로 휘감으면서 자취를 숨긴 그 길은 대낮에도 인적이 드문 길이라고 했다. 온 산을 물들인 단풍숲을 뚫고 송곳재를 넘어가면 다시 되돌아오는 10㎞의 길. 위봉재를 내려서자마자 성불계곡으로 드는 길이 있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법한 작은 길이다. 길을 짚어주던 마을주민이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여기는) 눈 밝은 사람들이나 찾아오는 곳”이라고 했다. 그 길에 들어서자 노랗게 물든 단풍 숲에 새소리가 가득 찼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그 길에 들어섰다. 차창 가득 능선의 단풍들이 밀려들었다. 오른쪽 길 아래쪽으로는 제법 웅장한 물소리가 따라온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 간드러지는 장단처럼 산허리를 운치있게 휘감으며 돌아간다. 길이 얼마나 빼어나던지 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넘는 것을 내내 후회하다가, 출발지로 되돌아가 차를 놓고 걸어서 그 길을 넘었다.

길에 들어서 곧 마주치는 사방댐에는 맑은 물이 담겨 있다. 댐을 지나면 길은 갈 지(之)자로 휘어지면서 송곳재를 넘는다. 고개 정상은 산허리를 다져 만든 길이라 시야가 툭 트인다. 멀리 첩첩이 산의 능선이 이어지고, 가까이는 까마득한 벼랑과 그 벼랑을 가득 채운 활엽수가 눈에 들어온다. 활엽수들은 저마다 다양한 색조로 물들어가고 있다.

산길의 오르막은 유순하지만 내리막은 제법 빠르다. 내리막의 단풍은 오르막길에 비해 훨씬 못하다. 대신 산중에 감나무들이 빼곡하다. 나무에는 주황색 단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민가는 물론 인적도 없지만 아마도 산 아래쪽 마을에서 이쪽에 감나무를 심은 것이리라. 산길은 원등산 아래의 다자미마을에서 끝난다. 여기서 2㎞쯤 나가면 위봉폭포로 이어진 길이 나온다. 처음에 들었던 길과 그리 멀지 않은 쪽으로 나오는 이른바 ‘원점회귀’에 가까운 트레킹 코스다.

# 피오르 협곡을 닮은 호수와 잘 깎인 곶감

전북 완주 일대에는 아름다운 호수와 운치 있는 절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 첫손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다. 두 저수지는 물길이 한데 붙어있어 하나의 저수지처럼 보이지만, 둑이 양쪽에 따로 나있어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저수지의 물은 1급수다. 상수원이 아닌 농업용수로 쓰이는 저수지이면서 1급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하리라.

고산면소재지에서 동상면까지 이어지는 732번 지방도는 대아호와 동상호를 바짝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물을 옆으로 놓고 언덕을 올라섰다 내려섰다를 반복한다. 우암교를 지나 음수교 쪽으로 넘는 길에서는 협곡처럼 좁은 물길이 내려다 보인다. 벼랑 아래 물이 가득한 협곡은 마치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빼닮았다.

신월에서 동상 쪽으로 55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동상면을 지난다. 동상면은 곶감의 산지로 유명한 곳. 동상면의 4개리 17개 자연마을이 모두 곶감마을이다. 달큼하게 풍기는 감 향기만으로 동상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정도다. 이즈음 동상면에는 집집마다 설치된 ‘감덕’에 잘 깎인 주황빛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씨 없는 곶감’으로 유명한 동상곶감은 상주나 영동곶감처럼 농장에서 키운 감으로 만들지 않고 운장산에서 딴 노지 감을 쓴다. 노지 감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는 ‘고종시’ 품종이다. 주민들은 그 감나무를 일일히 장대로 따서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든다. 단단한 감을 깎으면 감 깎는 소리가 ‘사삭사삭’ 난다고 했다. 이런 소리가 나면 그해 곶감이 좋다는데, 마침 검태마을에서 만난 감 깎는 아주머니 틈에 섞여 들어보니 정말 ‘사삭사삭’ 하는 소리가 났다.

# 완주 송광사의 문 너머 문, 또 그 문 너머의 문

가을 여행에서 고즈넉한 절집을 들르는 것은 필수 코스다. 절집의 고요한 느낌은 특히 가을철에 운치가 더한다. 완주에서 알려지기로는 송광사가 첫손으로 꼽힌다. 송광사라면 으레 순천의 송광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절집의 운치는 완주의 송광사도 못지않다. 완주 송광사는 절집을 들어서는 일주문부터 금강문, 천왕문,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서있다. 절집 앞에 서면 일주문 안으로 금강문이, 그 문 안으로 천왕문이, 또 그 문안으로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송광사는 벚꽃이 피는 봄철의 벚꽃길이 유명한데, 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즈음의 풍광도 눈길을 잡는다. 이즈음 절집에는 은행나무를 비롯해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갖가지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다. 대웅전 앞에는 아(亞)자형의 운치있는 종루가 눈길을 끈다. 이런 모양의 종루는 이곳이 유일하다. 대웅전의 좌불은 흙으로 빚었다는데 그 크기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앉은 불상이 일어선다면 대웅전의 지붕을 뚫어낼 정도다. 대웅전에 들었다면 천장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천장에는 허공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추면서 부처님을 공양하는 천인(天人)을 그린 11점의 그림이 있다. 세밀하게 그려진 물결치는 유려한 선은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듯하다.

# 화암사의 지워진 단청과 낡은 목조건물의 향기

송광사보다 더 쳐줄 만한 절집이 불명산 자락의 화암사다. 마치 등산을 하듯 가파른 산길을 20분 이상 올라가야 절집이 나타난다. 하루 이틀 비라도 내리면 끊기고 말 것 같은 계곡길을 따라가는 길. 도무지 절집이 들어설 만한 지형이 아니어서 몇번이고 길을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인적이 드물어 물을 곳도 없다. 일찌기 15세기에 씌었다는 ‘화암사 중창비’에도 ‘바위벼랑의 허리에 너비 한 자 정도의 가는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가면 절에 이른다’는 기록이 있단다. 길은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 절집에는 단청이 모두 지워진 채 나무결을 고스란히 드러낸 목조건물 우화루가 서있다. 우화루라는 이름에서 문득 ‘우화(羽化)’를 떠올렸지만, 건물 현판에는 ‘꽃비’를 뜻하는 ‘우화루(雨花樓)’가 선명하다.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라니, 이름부터가 향기롭다. 화암사에서는 극락전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때 창건됐다가 임란으로 소실돼 1605년 다시 지었다는 극락전은 처마를 널빤지로 받쳐 세운 이른바 ‘하앙’ 구조건물이다. 일본이나 중국에는 간혹 이런 건물이 있으나 우리 땅에는 이곳 하나밖에 없다.

단풍 명소마다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행락객들이 북적이는 만추다. 이럴 때 인적 없는 산자락을 타고 도는 호젓한 숲 길과 수수한 절집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절경이라는 단풍명소에서 흥겹게 하루를 보내도 좋겠지만, 사람들이 미처 그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한 곳을 찾아가는 맛도 각별하지 않겠는가.
출처 : # 길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단풍…위봉폭포
글쓴이 : 외톨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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