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장 아름다운 시골길 추천5곳
가장 아름다운 여름 시골길 추천 5곳
“때때로 차를 버리고, 걷고 실은 길이 있다. 오로지 발바닥으로 흙과 교감하며, 길의 질감을 느끼고 싶은 길이 있다. 누군가는 인류 문명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것은 현대에 와서 속도와 물류 기능이 더해진 ‘도로’가 되면서 자연과 자원을 파괴하고, 시간을 단축시키는 통로가 되고 말았다. 경제개발시대와 함께 시작된 대대적인 도로 건설은 수없이 많은 우리의 옛길을 포장해버렸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수난의 길은 계속되고 있다. 옛길에 깃든 자연과 문화와 숱한 사연과 사람에게 전해주는 정서적 기능과 미적 기능을 모두 외면한 채 이제 오래된 길이란 깔아뭉개서 시원하게 포장도로를 만들어야만 하는 게 건설공화국의 의무이자 사명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겨우 남아 있는 시골길은 눈물겹고, 간신히 흘러가는 시골길은 안쓰럽다.”(졸작 <은밀한 여행> 중에서) 그 겨우 남아서 간신히 흘러가는 구불구불하고 천연하고 순진한 시골길 몇 곳을 여기에 옮겨 적는다. 시골길이여, 오래오래 거기 남아 있으라! 1. 호반을 따라가는 70리 에움길: 청풍에서 솟대거리까지
충주호를 따라 청풍에서 충주 솟대거리까지 이어진 70리 에움길.
산 아니면 물, 물 아니면 산. 그 사이로 한 줄기 바람같은 길이 흘러간다. 길이라면 무조건 포장하고야 마는 나라에서 이토록 긴 비포장길을 만난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청풍에서 호수를 따라 솟대거리까지 내내 털털거리며 가는 길.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길이 충주호의 비경을 보며 달리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수몰민에게는 이 길이 수장된 고향을 보며 가야 하는 코끝이 찡한 길이다. 길은 70리 가량 먼지 날리는 비포장으로 금성면 진리를 지나 황석리, 후산리, 사오리, 부산리, 오산리, 만지, 지동리까지 내내 이어진다. 물론 사오리 인근의 일부 구간은 포장을 해놓은 상태이고 점점 포장구간이 늘어날 것이지만, 현재까지는 이렇게 길고 아름다운 비포장길을 본 적이 없다.
호반을 따라가는 비포장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풍경.
하늘에 뜬 구름 몇 점도 호수에 떠서 느릿느릿 제 몸을 밀고 간다. 봄이면 길가에는 생강나무꽃과 산수유, 갯버들과 산버들이 환하게 피고, 여름이면 마타리, 구절초, 벌개미취와 들국을 지천으로 만난다. 이따금 만나는 담배 건조실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하나같이 무너져 있다. 부산리나 오산리 쯤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은 바다처럼 장쾌하고 시원하다. 때로 호수에 뜬 몇 개의 작은 섬들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몇 년 전 나는 이 70리 길을 걸어서 넘은 적이 있다. 꼬박 5시간이 걸렸고, 다리보다 마음이 먼저 아팠다.
솟대거리의 떼솟대.
길은 지동리에 이르면 기나긴 비포장 구간이 끝난다. 지동리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마치 비포장길이 끝난 것을 알리듯 아스팔트와 흙길의 경계에 우뚝 서 있다. 여기서 포장도로를 타고 조금만 더 가면 이제 하곡마을 솟대거리가 나온다. 마을 길가에 마치 가로수처럼 즐비하게 솟은 것들은 다 솟대다. 오늘날 솟대거리의 솟대는 모두 50여 대가 넘는다. 오랜 옛날 솟대를 세워 성역을 표시했던 곳을 ‘소도’라 불렀던 것처럼 하곡마을은 이제 현대판 ‘소도’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Tip: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남제천 IC로 빠져나와 청풍으로 이어진 597번 지방도를 타고 금성까지 간다. 금성에서 포장길을 따라가면 청풍 문화재단지이고, 호수를 따라 비포장길로 들어서면 계속되는 에움길이다. 충주에서 동량 쪽으로 향하다 솟대거리를 지나 지동리쪽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호젓한 길이다.
2. 숲속의 산중 20리 길: 살둔에서 문암골까지 문암산과 맹현봉 사이로 우마차 한 대가 넉넉히 다닐 정도의 덜컹이는 비포장길이 숲으로 나 있다. 살둔에서 이십여 리 길.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적막하고, 변함없이 덜컹거리는 길. 저 산과 들, 숲속의 나무와 풀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젊고 싱싱한데, 언젠가 그곳을 지나간 나그네만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 나는 10년 전보다 한참 느려진 걸음으로 타박타박 그 길을 걸었다. 이십여 리 먼 길이지만, 이 길은 걸으면서 찬찬히 길의 탄력을 느껴야 제격인 길이다.
살둔에서 문암골로 가는 20리 산중 숲길.
물소리 새소리 말고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 시오리쯤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아담한 시멘트 다리를 두고 길은 세 갈래로 흩어진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가면 문암골이다. 행정구역상 홍천군 내면 율전리 문암동. 마을에는 채 열 가구도 살지 않지만, 마을 중간에는 교회까지 있다. 100여 년의 역사가 깃든 문암교회는 오랜 풍우에 낡은 만큼 주변의 풍경과 행복하게 어울려 있다. 요즘의 교회건물처럼 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르지도 않고, 그 건물이 커서 위압감을 주지도 않는다. 아담하고 소박하게 자연으로 들어가 있다. 이 곳의 종교성은 교회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둘러싼 산과 들에 있는 듯하다. 산과 밭, 나무와 꽃이 교리이고 성자인 것이다. 문암골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골짝이다. 마을에는 옛날 두메마을에 흔했던 귀틀집도 몇 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에 들어앉은 살둔산장.
Tip: 살둔과 문암골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속사에서 빠져 운두령을 넘어 창촌에서 56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광원리에서 좌회전, 446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인제에서 가려면 31번 국도를 타고 내린천을 따라 거슬러올라 상남면에서 446번 지방도를 타고 간다. 살둔에서 문암골 가는 길이 갈라진다. 3. 한국에도 이런 길이!: 제주 중산간 삼나무 목장길 산은 험하고 바다는 사납다. 옛 사람들이 제주를 두고 표현한 말이다. 이는 아마도 화산섬인 제주가 지형적으로 높은 한라산을 품고 있는 데다 오름이 많고, 언제나 바람이 심해 고요한 바다를 만나기 어려운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말일 터이다. 제주의 중산간은 대부분 목장지대라 할 수 있다. 지도에 표기된 목장만도 10여 개가 넘고 표기되지 않은 목장까지 합치면 20여 개가 넘는 목장이 중산간에 포진해 있다. 이들 목장은 거개가 말목장인데, 이들 말목장의 풍경은 제주 아니고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기도 하다.
한라산 중산간 제동목장 인근의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길.
특히 목장이 많이 몰려 있는 1112번 도로와 1118번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그리고 좀더 운치있는 목장의 풍경을 감상하는 방법은 주도로를 벗어나 목장의 경계를 따라 들어선 삼나무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거나 트레킹을 즐기는 일이다. 제동목장이나 건영목장 인근에는 정말 영화에나 나올법한 비밀스런 삼나무길이 숨어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길의 들머리에서 길의 끝머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삼나무길이 펼쳐진 곳도 있다. 한국에도 이런 길이 있나, 하고 눈을 의심하게 되는 길이 이 곳이다.
제주 중산간 목장의 풍경.
Tip: 동부관광도로인 97번 도로를 타고 가다 중산간에서 1112번이나 1118번 도로로 접어들면 곳곳에 펼쳐진 목장지대를 만나게 되며, 제동목장이나 건영목장 인근에서 목장길을 따라 들어가면 비밀스런 삼나무길이 곳곳에 숨어 있다. 4. 천연하고 은밀한 40리 산중 길: 왕피천 왕피리 가는 길 왕피천을 끼고 있는 왕피리는 울진에서 가장 궁벽한 곳으로 통한다. 10년 전만 해도 서면 삼근리에서 왕피리로 넘어가는 박달재는 포장이 안된 원시림 속의 비포장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까지 시멘트 포장이 된 산복도로가 이어져 있다. 옛날에는 왕피리가 워낙에 오지 중의 오지여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바람에 결국 빈 마을이 되고 말았다. 이 곳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생활공동체 한농복구회 사람들이 이 곳으로 집단 이주를 시작하면서 왕피리는 이제 600가구가 넘게 사는 대규모 마을로 변모했다.
왕피리 왕피천을 구불구불 따라가는 마을길.
왕피리는 접근이 어려울지언정 골짜기 안은 제법 너른 터를 이루고 있어 옛날에도 한천, 임광터, 동수골, 속사, 시목, 뱀밭, 햇내, 시리들 등 10여 곳이 넘는 자연마을이 있었다. 본래 왕피리라는 이름은 왕이 피난을 왔던 곳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말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곳 왕피리로 피난을 왔다고 한다. 왕피리 임광터가 바로 임금이 머물던 곳이고, 박달재를 품은 통고산도 공민왕이 통곡을 하며 넘었다고 생겨난 이름이다. 마을길은 왕피천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마을에서 매화리로 넘어가는 40리 비포장길은 지금도 왕피리의 비상로 노릇을 하고 있는데, 이 길은 산비탈의 금강송(황장목) 군락지가 은밀하게 펼쳐진 천연한 길로 남아 있다.
왕피천의 맑은 물줄기.
Tip: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바꿔 타고 풍기나 영주까지 와서 봉화-울진간 3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왕피리는 서면 삼근리에서 박달재를 넘어 들어가면 되지만, 길의 운치는 매화리에서 왕피리로 넘어가는 40리 비포장 산중길이 훨씬 운치가 있다. 5. 은은하고 향긋한 대숲 산책로: 담양 봉서리 대숲길 담양하고도 금성면 봉서리 대숲은 최근에 CF와 영화, 드라마의 단골무대가 되어온 곳이다. 30여 년 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이 곳의 대숲은 어언 3만여 평에 2천여 그루의 대나무로 뒤덮였다. 봉서리 대숲에 들어서면 영화 <와호장룡>에서나 본 듯한 울창한 대밭 풍경이 펼쳐진다. 수만 평 산자락을 빌려 들어선 수천 그루의 대나무. 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대나무향을 따라 숲길을 거닐다보면 먹먹한 가슴이 풀리고, 마음이 다 향긋해진다. 이른 아침의 대숲은 사람이 찾지 않아 더욱 호젓하다.
그림같은 봉서리 대숲의 여름 산책로 숲길.
대전면에 자리한 삼인산 대숲도 담양에서는 꽤나 알려진 대숲이다. 드라마 <다모>에서 남녀 주인공이 칼을 겨누고 대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결투신’을 펼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봉서리 대숲이 산자락을 따라 비탈지고 굴곡지게 조성돼 있다면, 삼인산 대숲은 대체로 평지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오르막이 없는 이 곳의 대숲 산책로에서 느긋하게 죽림욕을 즐기곤 한다. 대나무는 공기 정화능력이 뛰어난 까닭에 대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폐부를 정화하고, 누적된 심신의 피로를 씻는 효과가 있다.
울울창창 뻗어 올라간 대숲의 대나무.
Tip: 담양에 가려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성 IC로 빠져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봉서리 대숲은 담양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 다리를 지나 우회해 들어가면 된다. 출처 : 사랑과꿈이 있는마을 글쓴이 : 금강파도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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