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스크랩] 노란 산수유 짙은 色, 백년 古宅의 깊은 香

물보라물 2009. 9. 18. 11:35

노란 산수유 짙은 色, 백년 古宅의 깊은 香
경북 봉화 띠띠미 마을

산수유 꽃으로 꽃대궐을 이룬 경북 봉화의 띠띠미 마을. 꽃이 고택의 먹빛 기와와 돌담과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평년의 경우 4월 중순무렵이 절정이지만, 꽃이 이른 올해는 벌써 절정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다. 한꺼번에 불붙었다가 곧 지고마는 다른 봄꽃과는 달리 산수유꽃은 거의 한 달을 간다.

봉화에는 절경을 마주한 정자도 많지만, 마을 한가운데 들어선 정자와 누각도 드물지 않다. 사진은 400여년 전에 지어진 봉화읍 거촌리의 수온당. 거촌리에는 쌍벽당 등 후손들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는 고택들이 즐비하다.
경북 봉화는 ‘깊은 곳’입니다. 산이 깊으니 숲도 깊고, 길이 깊으니 마을 역시 깊습니다. 깊은 땅 봉화에서는 기차도 쉬엄쉬엄 달립니다. 헤아려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봉화에는 기차역이 무려 14개나 되더군요. 역명은 하나같이 다 낯섭니다. 문단역, 거촌역, 봉성역, 녹동역, 현동역, 임기역, 분천역…. 영주에서 강릉까지 잇는 영동선 열차는 이렇듯 낯선 역들을 지나 봉화의 굽고 가파른 길을 헐떡이며 돌아나갑니다.

그 깊은 봉화에서 봄꽃을 찾아 더 깊은 마을로 찾아들어갑니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 동양리, 이름하여 ‘띠띠미 마을’입니다. 사방이 태백의 남쪽자락인 문수산 줄기로 꽉 막혀있어 막을 두(杜)자를 쓴 ‘두동(杜洞)마을’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띠띠미’란 이름으로 통하는 곳입다. 아마도 ‘띠띠미’라는 이름은‘뒷띠미(後谷·후곡)’가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띠띠미’로 굳어진 것이겠지요.

띠띠미 마을은 지금 온통 샛노란 산수유로 온천지가 다 노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오랜 고택들과 돌담, 그리고 작은 계곡 주위로 산수유꽃이 일찌감치 노란 불을 켜들었습니다. 이 마을의 산수유 나무는 400년이 넘었다는 두 그루의 시조목을 비롯해 다른 것들도 죄다 100년쯤은 훌쩍 넘었을 고목들입니다. 노란 꽃무더기를 이불 덮듯 덮고 있는 고풍스러운 마을을 돌아보노라니, 어쩐지 ‘띠띠미’란 이름의 울림에서도 노란색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알려진 산수유 마을은 전남 구례에도, 경북 의성에도, 경기 이천에도 있지만, 요모조모 따져보자면 띠띠미 마을을 산수유 마을의 맨 앞줄에 놓아도 될 성싶습니다. 그만큼 그윽한 마을 풍광과 꽃의 소담함이 빼어나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띠띠미 마을은 알려지지 않아 아직 한적합니다. 꽃을 보면서 느긋하게 마을을 산책하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봉화에는 봄꽃 말고도 고택과 운치있는 정자들이 즐비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반가마을의 돌담에 비추는 봄볕은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살펴보니 봉화에는 기품있는 고택이며, 풍류가 뛰어난 정자들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더군요. 전남 담양이나 경남 함양에 정자가 많다지만, 봉화에다 대면 턱도 없을 정도입니다.

봉화는 지금도 깊은 곳인데, 수백년 전 정자며 고택이 들어서던 당시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무렵 이렇듯 깊은 땅에 들었던 사연이야 없을 리 없겠지요. 삼전도의 굴육을 참지 못하고 낙향했거나, 사화와 당쟁에 휘말렸거나, 모함을 받고 낙향했거나…. 이렇게 벼슬을 버리고 깊은 골로 들었던 이들은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도 학문을 닦았습니다.

서로 어울리고 때를 묻혀가며 사는 저잣거리의 삶이 고단할 때 깊은 땅 봉화를 찾아가 보시지요. 그곳에서 혹시 싱싱하게 펄떡거리는 자연과 기꺼이 물러난 사람들의 차가운 물과 같은 정신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노란 산수유 짙은 色, 백년 古宅의 깊은 香
글쓴이 : 빛향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