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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남 신안 중도

물보라물 2010. 8. 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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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머금은 소금꽃이 속삭인다, 더 느려지라고

 

전남 신안 증도

전남 신안의 증도는 보물섬이다. 30여년 전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화병이 건져 올려졌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선박에서 송대, 원대 유물 2만3,000여 점이 건져졌고 증도는 이후 신안유물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 갯바위에 올라앉은 보물섬 카페

↑ 소금으로 심신의 피로를 푸는 소금동굴

↑ 재미있는 소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금박물관

↑ 증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해송숲길

↑ 염부가 걷어 올리는 새하얀 소금은 바닷물이 아닌 눈물의 결정일지도, 삶의 모든 신산함의 결정일지도 모른다.

그 보물은 정작 주민들에겐 풍요 대신 상처만 안겨줬다. 신안유물이 뭔지 모르고 개밥그릇으로 쓰던 순진했던 주민들은 서로 밀고와 감시를 하게 됐고, 일부 뱃사람들은 밀매 도굴꾼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개밥그릇과 패키지로 묶인 증도의 강아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도 했던 그 때의 이야기다.

이후 3년 전 슬로시티로 지정돼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한 증도가 최근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그곳에 다리가 연결된 것이다. 섬이 뭍이 돼버린 상전벽해의 변화 속 증도의 관광도 새롭게 업그레이드 됐다.

해송숲길 환상의 산책로

올레길에서 촉발된 걷기 열풍은 증도도 그냥 지나치질 않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된 증도 모실길이 그 주인공이다. 증도의 섬 곳곳을 연결해 천천히 거닐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고 있다.

증도 걷는 길의 하이라이트는 해송숲길이다. 길이 4km가 넘는
우전 해수욕장 바로 뒤에 조성된 해송숲 안에 놓여진 길이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이 숲은 멀리서 보면 딱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어 한반도해송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숲 안에 둘이 손잡고 걸어가기 딱 좋을 폭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철학의 길, 명상의 길, 망각의 길 등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산책로다. 우전해수욕장 너른 바다의 풍성한 파도 소리가 내내 함께 한다. 솔 그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마음을 다독이는 길이다. 모래가 깔려 푹신한 길에서 느껴지는 발바닥의 감촉이 부드럽다. 사람들이 드물어 한적하게 증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총 4.6km로 한두 시간 가볍게 걷기에 알맞다.

해질녘 염전의 짙붉은 처연함

증도가 슬로시티로 지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섬의 매력은 염전이다. 증도에는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태평염전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 몰려든 피란민들의 생계수단을 해결할 목적으로 전증도 후증도 2개의 섬을 연결해 만든 거대한 염전이다. 여의도 2배 크기인 460만㎡ 면적. 염전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60여 개의 소금창고 행렬이 끝없이 이어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태평염전과 염전 초입의 석조소금창고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유적이기도 하다. 거대한 소금밭을 가로지른 소금창고는 수 십 년 시간의 더께로 거무튀튀하다. 이곳의 소금창고들이 하얀 색의 새 지붕을 썼다. 기존의 슬레이트 지붕이 석면논란을 빚어 강판으로 새로 바꾼 것이다. 소금창고 옆에는 창고 수만큼의 전봇대가 하나씩 줄줄이 늘어섰고, 축축 늘어진 전깃줄이 퇴락한 건물과 어울려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해가 뉘엿 질 무렵. 염전은 가장 처연한 풍경을 보여준다. 붉은 석양은 소금물 자작자작한 염전 위로 녹아 들고, 세월의 무게를 못이긴 소금창고의 너덜대던 나무 문짝은 휙하니 한자락 지나는 바람에 '끽~ 끽~' 목 쉰 울음소리를 낸다. 시간이 멈춰진 듯, 꿈도 멈춰진 듯. 마냥 가슴이 시려오는 풍경이다.

소금박물관과 소금동굴

태평염전 입구의 석조 소금창고는 소금박물관으로 활용된다. 소금에 대한 상식과 재미난 소금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고구려 주몽이
티베트 소금산으로 소금을 구하러 갔고, 고구려 15대 미천왕은 최초의 소금장수였다고 적고 있다. 샐러리(Salary)는 로마시대 소금으로 지급된 병사 급료에서, 솔져(Soldier)는 소금으로 급여를 받는 병사에서 유래됐다는 것.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남북전쟁,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도 소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소금박물관 옆에 소금동굴힐링센터가 생겼다. 사방의 벽과 천장엔 소금으로 발라져 있고 바닥엔 굵은 소금이 두껍게 뿌려져 있다. 새하얀 소금의 공간에서 침대와 의자에 몸을 뉘여
천일염의 기운을 잔뜩 들이마신다. 태평염전의 천일염을 이용해 천연 소금동굴의 환경을 만들어놓은 곳이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 유럽의 여려 도시에선 암염으로 된 소금동굴이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 정신안정을 위한 대체 치료 수단으로 관광자원화 한지 오래다. 평균 20~23도의 온도를 유지한 소금동굴에선 숲보다 많이 방출되는 음이온을 듬뿍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선 또 특수 가공된 소금 입자를 분사시켜 호흡기를 통해 체내 흡수토록 하고 있다. 소금의 항염기능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푸른 조명과 어우러진 하얀 동굴은 그 색감만으로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느낌이다.

해저유물발굴기념비 부근도 크게 바뀌었다. 널따란 주차장과 전망대가 들어섰다. 바로 앞 갯바위 위에는 배 모양의 카페도 올라 앉年? 절반이 잘린 배의 모양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천안함을 연상하기도 한다. 배카페가 올라앉은 갯바위 주변엔 전통 어업방식인 독살이 조성돼 있다. 바다에 둑을 쌓아 놓았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물이 찼을 때 들어왔다가 썰물 때 미처 둑 밖으로 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줍듯이 거둬들이는 형태다. 갯바위와 독살의 둑, 주변의 지주식 김양식장 등이 어울려 편안한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증도(신안)=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출처 : 우리문화탐사회
글쓴이 : 선운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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